펭귄표 냉장고

펭귄표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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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다케시타 후미코

    그린이 : 안토니 루이스

    옮긴이 : 김숙

    출간일 : 2000년 5월 3일

    형태 : 1204×256㎜, 양장본, 32쪽

    가격 : 8,500원

    대상 연령 : 3세 이상

    ISBN : 978-89-89863-01-4

    선정/수상 : 일본 전국도서관협회 선정도서, 일본 어린이책 연구회 선정도서

책소개

“도대체 준이네 냉장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준이네 집에 새로 들여논 냉장고에는 반짝반짝 황금색 펭귄 상표가 붙어 있다. 그런데 새 냉장고가 들어온 날부터 이상한 일이 잇따라 일어났다. 처음엔 생선이 없어지더니, 다음엔 아이스크림이 바닥을 드러냈다. 그럴 때마다 준이 엄마는 준이만 다그치지만 준이는 그런 짓을 한 기억이 전혀 없다. 누구의 짓이지? 도둑이 든 걸까?
그러던 어느 날 밤, 준이는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럴 수가! 준이네 집 냉장고 안에 펭귄이 한 마리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펭귄이, 냉장고를 차갑게 하는 건 전기의 힘이 아니라 자기네 냉장고펭귄들이 특수기계를 작동시키기 때문이라는 엉뚱한 말을 하지 않는가.
어쨌건 준이는 이 이야길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준이는 펭귄하고 약속을 했으니까 말이다.

 

=>어느 집에나 하나쯤 있는 냉장고. 냉장고란 편리한 물건이라, 어른들도 어린이들도 매일 몇 번씩이나 냉장고 문을 여닫을 정도이다. 그 냉장고를 보며 작가는 문득 냉장고 깊숙한 곳, 보이지 않는 곳에 작은 펭귄이 살고 있어 그 펭귄이 「차갑게 하는 기계」를 작동시키고 있는 거라고 상상했다.
읽는 중간 중간 비죽 웃음이 배어나오게 만드는 이 매력적인 작품에 작가의 남편이 딱 어울리는 멋진 삽화를 그려주어 작품이 더욱 빛난다.
흔히 보는 사물을 이전과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이러한 작품은 어린이들에게 자기만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이라든가 다른 사물들을 보고 새롭게 상상하여 글을 써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본문 발췌>

“엄마, 이번 생일엔 케이크 대신 수박을 통째로 사주세요.”
라고 부탁했을 때도
“냉장고에 안 들어가니까 안 돼.”
라고 간단히 거절해버렸다.
한밤중에 갑자기 고장을 일으켜서 냉동식품이 다 녹아 엉망이 돼버린 적도 있다.
“18일까지라고 씌어 있으니까… 오늘까지겠네? 이 특별 할인.”
엄마는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했지만, 사실은 우리에게 잘 들리게끔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빠가 갑자기 신문을 탁, 소리 나게 접었다. 나와 엄마는 나란히 아빠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 참에 새 걸 사자.”
“정말? 그래도 돼?”
엄마는 대번에 싱글벙글.
“야호!”
나도 손뼉을 짝짝짝. – p. 6~7

그런데, 다음 날 사건이 일어났다.
저녁때 엄마가 부엌에서 나를 불렀다.
“잠깐만 준이야, 고등어 못 봤니?”
“고등어라니, 무슨?”
“왜 있잖아, 고등어 말야. 생선. 아까 요 앞 슈퍼에서 사왔거든. 지금 요리하려고 하는데 안 보이잖아. 분명 여기다 넣어뒀는데.”
엄마는 냉장고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안을 휘젓고 있었다.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엄마?”
“그래, 그렇겠지. 네가 생선 따윌 가져갈 리가 없지.”
엄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참 이상하네. 아무리 찾아도 없으니. 내가 깜빡 하고 슈퍼에 그냥 두고 왔나?”
결국 고등어는 찾지 못했고, 그 날 저녁은 계란찜을 먹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 p. 20~21

“이봐, 문을 열 때는 노크 정도는 하는 게 예의라는 것도 모르시나? 아이구, 아파라.”
펭귄은 허리께를 문지르면서 나에게 따지고 들었다.
“어, 어, 어떻게 우리 집 냉장고에 펭귄이 들어 있는 거지?”
“뭐라구? 웃기는군. 이건 우리 집이야. 잘 봐. 이렇게 문패도 붙어 있잖아.”
펭귄은 날개를 흔들며 문 쪽의 펭귄 상표를 가리켰다. 그러고 나서 새치름한 얼굴로 오이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사각.
“그럼 생선이나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도…”
“그래, 바로 이 몸이지.”
펭귄은 쉽게 인정했다. 사각사각사각. – p. 32~34

펭귄이 조금씩 털어놓은 말을 간추려 보면, 냉장고 펭귄은 냉장고에만 사는 특수한 종류의 펭귄으로, 보통 때는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숨어 산다고 했다. 나와 이렇게 만나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라나.
“알 턱이 없겠지만, 냉장고가 차가운 것은 우리들 냉장고 펭귄 덕분이란다.”
펭귄은 아주 뻐기듯이 가슴을 쫙 펴고 그렇게 말했다.
“뭐? 전기로 차갑게 하는 게 아니란 말야?”
“그럼, 하나 묻겠는데, 전기가 어떻게 차갑게 되는데? 전기난로는 따뜻하잖아. 전기의 어디가 차갑다는 거야? 설명해봐.”
“음, 그러니까 그건…”
“거 봐, 모르잖아. 내 말이 맞지? “
펭귄은 끼끼끼 하고, 얼음을 문지르는 듯한 이상한 소리로 웃었다. – p. 46~47

“냉장고 축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큰 목소리와 짝짝짝짝 손뼉 치는 소리.
그 곳은 엄청나게 넓은 방이었다. 빨간 융단이 빈틈없이 깔려 있고, 천장에는 예쁜 불빛이 많이 달려 있어서 크리스마스트리 같았다.
방 한가운데에는 큰 식탁이 있고,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저쪽 끝에는 무대가 있고 바이올린이나 플루트를 든 펭귄들이 황금색 의자에 앉아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온 방안에 많은 펭귄들이 있었다. 시끌벅적 시끌벅적, 이야기를 나누거나 식사를 하고 있다. 모두들 즐거워 보인다. 때때로 여기저기서 끼끼끼 끼끼끼 하는 얼음을 문지르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술 같은 것을 마시거나 음악에 맞춰 넋을 잃고 황홀하게 춤추는 펭귄도 있다. p. 74~75

“안녕, 너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여긴 처음이야?”
옆에 있던 펭귄이 말을 걸어왔다. 배가 고팠는지 산더미처럼 생선을 올려놓은 접시를 들고 서 있었다. 아무래도 나를 냉장고 펭귄의 동료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넌 어느 집 냉장고냐? 내가 사는 곳은 형편없거든. 주인이 혼자 사는 남자인데, 냉장고 안에는 제대로 된 음식이라곤 없어. 생선을 먹을 수 있는 건 오늘 같은 날뿐이야.”
자세히 보니 이 펭귄은 우리 집 펭귄보다 훨씬 말랐다.
“저희 집은 그 반대라서 문제죠.”
옆에 있던 펭귄이 말했다.
“쇼핑을 좋아하는 부인이 뭐든지 기분 내킬 때마다 이것저것 사다가는 꽉꽉 쑤셔 넣어두거든요. 저번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슬리퍼 같은 게 다 들어있더라구요. 나 원 참.”
p. -78~79

없다. 황금색의 펭귄 상표가 없어졌다. 문은 하얗고 매끈하기만 하다.
“엄마, 어떻게 된 거죠? 이 냉장고 말예요.”
“어떻게 된 거라니? 수리해서 갖고 온 거잖아.”
엄마가 말했다.
“특별 보상 서비스라는 게 있어서 말이야. 원래대로 공짜로 고쳐줬어.”
“그 펭귄 상표는?”
“상표? 으응, 그러고 보니까 그게 없구나.”
엄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하고는 냉장고 문을 기분 좋게 어루만졌다.
“수리하다가 벗겨졌겠지 뭐. 그까짓 것쯤이야 어때. 상표 따위 있든 말든.”
상표가 없다. 그렇다면 이 냉장고는 이제 펭귄의 집이 아니라는 뜻이다.
“난 하나도 안 괜찮아. 그게 없으면 보통 냉장고잖아.” p. -101~102

 

<지은이의 말>

제가 어렸을 적에 냉장고 문에는 파일럿 램프라는 것이 붙어 있었습니다. ‘불이 들어와 있어요’라고 표시하는 램프입니다. 우리 집 냉장고의 파일럿 램프는 네모나고 보라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발돋움하고 서서 가까이 보면, 꽃잎처럼 겹쳐진 보라색 훨씬 깊은 곳에 뭔가 신기하고 희미한 모양이 보이는 것 같아서, 저는 동생과 교대로 자주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하지만, 밤에 어두컴컴한 부엌을 들여다보면 항상 그 보라색 램프가 조용히 빛나고 있어서, 예쁘지만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냉장고는 한밤중에 자주 윙, 하는 소리가 울리거나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때 냉장고의 하얀 문은 다른 세계로 통하는 신비한 문이 되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냉장고란 편리한 물건이라, 어른들도 어린이들도 매일 몇 번씩이나 열고 닫고 합니다. 냉장고 안에는 차갑고 맛있는 것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아이도 압니다. 하지만 냉장고가 도대체 어떻게 해서 차가워지는가,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 있나요?
오븐 같은 것이 뜨거워지는 것은 왠지 알 것 같잖아요? 비좁은 전선 속을 많은 전기들이 한꺼번에 지나려고 하니까 교통정체처럼 그렇게 뜨거워지는 거고…….(네? 아닌가요?)
하지만 차가워지는 구조는 신기합니다. 설명을 들어도 도무지 잘 이해가 가지 않죠. 이해할 수 없어서 저는 제멋대로 생각해봤습니다.
맞아! 냉장고 깊숙한 곳, 보이지 않는 곳에 작은 펭귄이 살고 있는 걸 거야. 그 펭귄이 ‘차갑게 하는 기계’를 작동시키고 있는 걸 거야.
그랬으면 좋겠는데, 여러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 다케시타 후미코

 

지은이 다케시타 후미코(竹下文子)

1957년 후쿠오카 현에서 태어나다. 동경학예대학 졸업. 주된 작품으로 『나는 심부름 고양이』 『검은 고양이 산고로』 시리즈 등이 있다. 남편이자 화가인 스즈키 마모루 씨와 시즈오카 현 이즈에서 살고 있다.

그린이 스즈키 마모루(鈴木まもる)

1952년 동경에서 태어나다. 동경예술대학 미술학부 공예과를 다니다 어린이 책에 삽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검은 고양이 산고로』 시리즈로 아카이 도리 삽화상을 수상했다. 한편 산에서 새 둥지를 발견한 것을 계기로 새 둥지 연구가가 되어 1998년 동경에서 첫 새 둥지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주된 작품으로 『어떻게 된 거야? 이렇게 된 거야』 『헬시가의 사람들』 『건물 짓는 자동차』 등이 있다.

 

옮긴이 김 숙

동국대학교 교육학과 졸업. 1988년에서 1993까지 일본에서 살았다. 그림책 전문서점을 열어 좋은 그림책 읽기 모임을 만들었고, SBS의 애니메이션 번역을 거쳐 현재는 출판 기획과 번역을 하고 있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 『100층짜리 집』 등 여러 어린이 책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1999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았으며, 소설집 『그 여자의 가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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