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덩이

구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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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다니카와 슌타로

    그린이 : 와다 마코토

    옮긴이 : 김숙

    출간일 : 2017년 9월 30일
    형태 : 266x194mm, 양장본, 32쪽

    가격 : 12,000원

    대상 연령 : 4세 이상

    ISBN : 978-89-6635-072-8

    선정/수상 : 일본도서관협회 선정 도서, 일본 전국학교도서관협의회 선정 도서

책소개

<책 소개>

 

이건 내 구덩이야.”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에게나 마음 저 깊은 곳에 있는 자신만의 구덩이이야기

 

‘일요일 아침, 아무 할 일이 없어 히로는 구덩이를 파기로 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주인공 히로가 왜, 어떤 목적으로 구덩이를 파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누구라도 마음 저 밑바닥에 많게든 적게든 가지고 있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어느 날, 불현듯 구덩이를 파고 싶어지는 기분’을, 작가는 혼자 놀기 좋아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 체험과 연결하여 표현하였다고 한다.

천연덕스러운 색채로 독특한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는 와다 마코토의 그림과 더불어 인간 몸속 저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언어로는 나타내기 힘든 ‘무언가’를 강렬하게 자극하는 작품이다. 일본에서 초판이 1976년에 나온 이 그림책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글이나 그림이 신선하다.

우리는 내킬 때면 언제든 주인공처럼 구덩이 속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다. 이제 가슴속에 자신만의 구덩이가 하나씩 들어 있으니 말이다.

담담하게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는 철학이라 할 만한 깊이가 있다. 어린이는 작은 철학자가 아니던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생각하며 읽기에 좋은 책.

 

<줄거리>

 

일요일 아침, 아무 할 일이 없어서 혼자 구덩이를 파는 히로는 가족과 친구로부터 왜 구덩이를 파는가, 각각 다른 질문을 받는다. 땅속이 궁금하니까. 몸을 움직이고 싶으니까.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어떤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덩이를 파는데 이유 같은 건 필요 없다. 언뜻 이상한 행위로 보일 수도 있지만 어른의 놀이도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다른 사람이 볼 때 모두 다 쓸데없는 짓이다. 그래도 구덩이를 파는 주인공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따뜻하다. “서두르지 마라. 서둘면 안 된다”라는 아버지 말도 인생에 울림을 준다.

뭔가를 깊이 파는 일이 인생에는 있기 미련이다. 파고, 또 파고, 녹초가 될 때까지 파 내려가는 동안 히로는 점차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간다. 자신이 파는 구덩이는 히로가 직접 만드는 최초의 장소이다.

그때 구덩이 아래쪽에서 애벌레 한 마리가 기어 나온다. 애벌레는 히로가 인사를 해도 잠자코 흙 속으로 되돌아가 버린다. 그러자 히로는 파던 일을 그만두고 구덩이 속에 쪼그려 앉는다. 주위는 조용하고, 흙에선 좋은 냄새가 난다. 구덩이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보통 때보다 더 파랗고 더 높아 보인다. 그 하늘을 나비 한 마리가 팔랑 가로질러 날아간다.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고 히로에게 딱 맞는 구덩이에서 히로는 해방감과 함께 고독을 느낀다. 문득 히로는 말한다. “이건 내 구덩이야.” 이렇게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히로가 구멍을 메우는 것은 마음이 충족되어 훌쩍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할 때마다 언제든 끄집어낼 수 있는 ‘내 구덩이’를 영원히 자신 안에 들여놓았기 때문이 리라.

 

<본문 발췌>

 

여동생 유키가 다가왔다. “나도 파고 싶은데.”

히로가 대답했다. “안 돼.” 그러고 나서 계속 구덩이를 팠다. -p.6-7

 

옆집에 사는 슈지가 다가왔다. “뭐 할 거야, 이 구덩이.”

히로가 대답했다. “글쎄.” 그러고 나서 계속 구덩이를 팠다. -p.8-9

 

아빠가 왔다. “서두르지 마라. 서둘면 안 된다.”

히로가 대답했다. “흠.” 그러고 나서 계속 구덩이를 팠다. -p.10-11

 

손바닥의 굳은살이 아프다. 귀 뒤에서 땀이 흘렀다.

“좀 더 파야 해. 더 깊게.” 히로는 생각했다. -p.12-13

 

그때, 커다란 애벌레가 구덩이 아래쪽에서 기어 나왔다.

“안녕.” 히로가 말했다. 애벌레는 잠자코 도로 흙 속으로 되돌아갔다.

갑자기 어깨에서 힘이 쭉 빠졌다. 히로는 파는 일을 그만두고 쪼그려 앉았다. -p.14-15

 

구덩이 안은 조용했다. 흙에선 좋은 냄새가 났다.

히로는 구덩이 벽에 생긴 삽 자국을 만져 보았다.

‘이건 내 구덩이야.’ 히로는 생각했다. -p.16-17

 

옆집에 사는 슈지가 다가왔다. “함정으로 쓸 거야?”

히로가 대답했다. “글쎄.” 그러고 나서 계속 구덩이 안에 앉아 있었다.-p.22-23

 

히로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구덩이 안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여느 때보다 훨씬 파랗고 훨씬 높아 보였다.

그 하늘을 나비 한 마리가 팔랑팔랑 가로질러 날아갔다. -p.26-27

 

<옮기고 나서>

 

10여 년 전 처음 이 그림책을 발견하고 바로 번역하였으나 출판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한참 시간이 흘러 이제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1976년에 초판이 나온 후 40년이 지났지만 지금 봐도 글과 그림이 신선합니다.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과 와다 마코토 화가, 이 두 콤비는 『우리는 친구』에서도 호흡을 맞췄습니다. 『우리는 친구』를 번역할 때도 지금처럼 설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외로울 때나 슬플 때 나는 이 구덩이 안에 앉아 하늘을 바라볼 것입니다. 그러면서 나도 아이와 똑같이 말할 것입니다. “이건 내 구덩이야”라고. 이 구덩이는 그 아이만의 구덩이면서 이 책을 읽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구덩이니까요.

내 가슴속 책꽂이에 오래 꽂혀 있던 이 그림책을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 김숙

 

<저자 소개>

 

글 다니카와 슌타로(谷川俊太郞)

 

1931년 도쿄에서 철학자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18세 무렵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1952년 『20억 광년의 고독』을 출간했고, 1962년 『월화수목금토일의 노래』로 일본 레코드상 작사상, 1975년 『마더구스의 노래』로 일본번역문화상, 1982년 『나날의 지도』로 제34회 요미우리문학상, 1993년 『세상 모르고』로 제1회 하기와라 사쿠타로 상, 2010년 『트롬쇠 콜라주』로 제1회 아유카와 노부오 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그림책, 에세이, 번역, 각본, 작사 등에서도 폭넓게 활약하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 『다니카와 슌타로 시집』 등이 있고, 『말놀이 노래』 『우리는 친구』 『만들다』 등 어린이를 위한 시와 동화, 그림책도 많이 썼습니다.

 

그림 : 와다 마코토(和田誠)

 

1936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다마미술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소박하고 따뜻한 선으로 인물의 특징을 잡아낸 캐리커처와 일러스트를 주로 그리고 있습니다. 그 외 에세이스트, 영화감독, 그림책 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1974년 고단샤출판문화상(북디자인 부분), 1983년 <비긴 더 비긴>으로 일본 논픽션상을, 1993년 <긴자주변 두근거리는 나날>로 고단샤 에세이상을, 1997년 마이니치 디자인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도둑맞은 달』 등이 있고, 다니카와 슌타로와 함께 『구덩이』 『우리는 친구』 『와하 와하하의 모험』 『여기에서 어딘가로』 등의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옮김 김숙

 

동국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부터 1992년까지 일본에 머물렀습니다. 귀국 후 그림책 전문서점을 열어 좋은 그림책 읽기 모임을 이끌었고, SBS의 애니메이션 번역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100층짜리 집』 시리즈,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 『우리는 친구』 『만들다』 등 여러 어린이 책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1999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았으며, 소설집 『그 여자의 가위』가 있습니다. 김하루라는 필명으로 그림책 『학교 처음 가는 날』 『똥 똥 개똥 밥』 『봄이 준 선물』 『노도새』 『이야기보따리를 훔친 호랑이』와 동화 『한국 아이+태국 아이, 한태』 『소원을 이뤄주는 황금 올빼미 꿈표』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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